# 폐허 너머 비인간 생태계 (인터뷰: 황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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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문정 (시각예술 작가)

일시 : 2023.11.30

황문정의 작업은 일상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도시 공간의 주변부, 혹은 일상의 변두리에서 예술이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여기서 작가는 막연한 소통과 만남, 작위적 혹은 사변적 관계를 의도하기보다는 일상의 틈을 파고 들어가 예술이 지닌 상상적인 영역을 한껏 벌리어 둔다. 미술이 일상 속에서 관계 맺을 때 부여되는 한계와 제약, 형식적 무게를 가로질러 우리로 하여금 잠재적인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작가의 재치 넘치는 오브제들은 견고한 도시 공간을 물컹물컹한 물성으로, 분리된 사람들과 공간을 잠재적 관계망으로 엮어 나가며 유한성에 대한 인식을 열어 놓는다.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막이 비어있다라는 단순한 상념 너머에서 비인간 생태계의 존재 방식과 공생의 세계를 상상하는 상념이 담긴다.

1. 이 연구는 도시공간, 생태위기, 문화경험, 디지털의 영역에서 황폐화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은유를 “사막”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막에 대한 작가님은 어떤 인상을 갖고 계시는 지요?

A. 저는 실제로 사막에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막의 이미지가 익숙한 것은 미디어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사막의 극한 기온과 광활함은 작년 바다에 대한 작업을 하면서 막막하게 상상했던 바다풍경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바다와 사막은 지형적으로는 극단의 위치에 있지만 저에게 유사한 감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 송도신도시에 대한 리서치를 했었는데요, 송도 신도시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매립을 통해 땅을 확장해나가고 있는데, 마치 바다에서 사막으로 전환(비록 일시적이지만)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2. 도시공간에서의 사막화의 흔적 또는 징후를 어디에, 어떠한 현상으로 발견하시고 계시나요? 떠오르는 사례 또는 경험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A. 도시 공간에서의 사막화는 매일같이 목격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 1km 안팎에서도 방치되어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작업실에 가는 길에 비어있는 상가들이 많은데 유독 비어있는 한 상가에 늘 조명이 켜져 있어요. 밤에는 텅 비어있는 내부가 환히 보이는데, 쓸쓸함과 묘한 공허함이 도시 사막을 연상케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인간의 흔적이 가득하지만 정작 인간은 증발한 공간에서 도시 사막화의 경험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인간이 없더라도 숲이나 강과 같은 자연에서의 경험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3. 심화되어가는 기후위기는 사막화 현상의 원인으로 언급이 되오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홍수로 인한 도시생태재난 상황을 관찰하며, 도시를 역류하는 현상과 비인간 존재에 관심을 가져 오고 계십니다. 물과 사막의 관계는 서로 자석처럼 양극을 향하면서 서로에게 영향한다는 점에서 매우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습니다. 지구 한쪽에서 도시가 물에 잠기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물 부족 현상과 사막화가 증대되어 왔습니다. 2022년의 개인전 《유사도시표본》 의 상황을 도시에서의 사막화로 상상하여, 일종의 도시사막의 표본을 수집하신다면 어떤 것들이 발견될 수 있을까 요?

A. 저는 ‘유사도시표본’ 이전부터 인간의 인식 바깥으로 밀려났지만 분명 도시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관찰하는데 관심이 많았는데요, 유사도시표본에서는 좀 더 많은 것들을 표본화하여 다양한 형태로 조립하고 그것들을 나열해 보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시사막의 표본을 꼽자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장소에서 발견된 것들일 것 같아요. 한국, 특히 서울에서 재개발 지역은 저의 작업실 근처에서도 발견될 만큼 아주 흔한 도시 사막화의 장소인 것 같은데요. 재개발이 확정되고 추진되기까지 약 10년 내외의 긴 시간이 걸렸는데,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 전까지 몇 년간 그곳은 공터의 형태로 있었어요. 저는 그곳을 꾸준히 들러서 관찰과 수집활동을 했었고, 쓰레기와 건축 잔재, 그 곳에서 자라난 식물까지 다양한 도시사막의 표본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 곳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기 임박한 어느 날, 마침내 사방에 둘러진 펜스가 생겼어요. 이 사막은 사라지고, 또 다른 사막이 곧 주변에 다시 나타날 것 같습니다.

4. 인류가 상상해온 기술유토피아 기반의 인공도시와 기계화된 생명체는 사막에 저항하는 유기체로서 접근되지만, 한편으로는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동기이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작업에서 접근되는 유기체적 구조는 사막화의 폐허에서 방치되고 비체화된 비인간의 생명체적 존재를 역설적으로 발언해 보입니다. 작업에서의 유기체적 구조와 사막화의 관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A. 저는 저의 작업을 인간으로부터 방치된 비인간들을 독립된 존재로 수용하기 위한 감각을 기르는 연습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폐허에서 방치되고 사막화의 단계에 놓여있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의미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사막화된 도시는 그들에게 있어 인간세계로부터의 해방되기 위한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제가 구축하고자 하는 유기체적 구조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도시 사막에서 목격된 비인간 집단의 확장되는 영향력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5. 사막화와 관련해 참조할 만한 영화, 글, 이미지 등 떠오르는 자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재작년에 제로원에서 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노리즈’라는 보드게임을 제작했었는데요, 게임은 미개척 지역에 어떠한 제도적 제약이 없이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유토피아 도시를 조성하는 내용이었어요. 여기서 참고했던 리서치 중에 하나가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1991년 실행)이었는데요,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지만) 미국의 애리조나에 위치한 사막에 외부와 단절된 완벽한 인공생태계를 만드는 실험적인 프로젝트였어요. 100년 동안 이 곳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2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는데, 수많은 실패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폐쇄된 공간 안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 실패’였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 때 참조했던 책이 제인 포인터의 <인간 실험: 바이오스피어 2 – 2년 20분>였습니다.

6. 본 사전연구에 참여하시면서, 향후에 발전시켜 나갈 주제로서 어떤 아이디어, 혹은 단상을 갖고 계신지요? 없으시다면, 관련하여 관심 있는 이슈에 이야기 주셔도 좋습니다.

A. 아직 사막화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도시 사막화’라는 키워드를 인간사회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방치된 공간,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한 비인간 생태계의 형성과 연관지어 생각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최근에 관심 있는 장소는 충남 보령에 위치한 소라아파트인데요, IMF외환위기로 인해 건설사가 파산하여 13층까지 지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고 해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파트의 몸체는 마지막 껍데기가 씌워지지 못한 채 인간사회에 안착하지 못했고, 아파트이지만 또 아파트가 아닌 어떠한 ‘비인간’의 상태로 있었는데요, ‘사막화’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그 풍경이 떠올라서 마지막으로 이미지를 첨부해 봅니다. (아직 방문하진 않았고, 온라인에서 찾아본 사진입니다.)

*참고 동영상 

2011 지금도 당신 곁에 있는 비인간에 대하여 (황문정 작가 X 인류세 연구센터 최명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