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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고은 (시각예술 작가)
인터뷰 일시 : 2023년 12월 26일
최고은은 물성과 사물의 속성으로부터 현대인의 일상적 환경을 이루고 있는 주거공간의 조건, 소비의 양태를 대범한 방식으로 다뤄왔다. 이렇게 최고은의 작업은 상품이 위치하는 실제 장소를 환기시키며,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공간과 주거공간, 물질사회의 이분화된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하나는 자본의 논리로부터 획일화 되어가는 삶의 공간이며, 또 다른 하나는 도시 외곽으로 추방당한 상품들이 쌓인 재활용품 수거지가 은유하는 삶의 무덤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조각과 물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바탕으로 하여 사막이라는 장소에서 (불)가능한 조각적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해보았다.

1. 이 연구는 도시공간, 생태위기, 문화경험, 디지털의 영역에서 황폐화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은유를 “사막”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막에 대한 작가님은 어떤 인상을 갖고 계시는 지요?
A. 사막은 제가 있는 곳과 전혀 다른 조건의 생태계에 대해 상상하게 합니다. 그 상이함이 인간에게는 황폐화일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인간의 손이 덜 닿은 만큼 실은 안정화된 생태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생각이요. 마치 옐로우 버전의 아마존 정글같달까요. 그런 관점에서 역으로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2. 도시공간에서 사막화의 흔적 또는 징후를 어디에, 어떠한 현상으로 발견하시고 계시나요? 떠오르는 사례 또는 경험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A. 앞서 언급한 사막과 사막화의 개념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되는데요. 서울에 살면서 스스로 전방위적인 도시공간의 사막화 과정 한 가운데 놓여 있다고 자주 느낍니다. 심지어 점차 더 진행이 빨라지고 있다고 느끼는데요. 이미지가 지배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장소의 개성은 삭제되고 이미지로 존재하고 소비됩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역으로 더 필사적으로 개성과 가능성이 남아 있는 장소를 열심히 분별하고 찾아 다니고자 하는 갈증을 느낍니다.

3. 영화에서 흔히 소비되는 장소로서 사막은 햇빛에 바랜 간판이 달린 키오스크, 허허발판에 방치된 사물들, 녹슨 표면, 녹아난 형태 등 폐허의 물질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적 양상, 사물의 조각성과 관련해서 작가님의 작업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사막에서의 조각적 조건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것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A. 사막 공간과 그를 이루는 물성을 조건삼아 조각을 상상해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하는 물질의 시간보다 그 한참 이후, 혹은 아주 오래 전의 시간을 가늠해봅니다. 물질 덩어리가 풍화되고 부서지고 흩어져 서로 섞이고 이동하는 경직되지 않은 조각의 상태나 움직임을 떠올리게 됩니다.
4. 폐가전의 모듈, 파이프의 내외부 구조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주변으로 내몰리는 사물, 공조시설에 대한 관심사 와 관련해, 작가님이 렘쿨하우스가 언급한 ‘정크 스페이스’를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막화’의 과정이 소비의 잔여공간이자 버려진 공간인 ‘정크 스페이스’와 맞닿아 보입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에서는 이 둘 을 이분화하기보다 서로 엮이고 충돌하고 교류하고자 하는 흐름을 만들어내 보입니다. 단절된 오브제와 공간의 관 계를 어떻게 접근하고 계신지요?
A. 모듈화된 공조시설처럼 공간 환경을 빠르게 구축하는 시스템 사물들의 보급화가 오브제와 장소의 관계를 쉽게 단절시키는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공감합니다. 저는 비판의 목적보다는 그로 인해 갱신된 속도나 균질의 감각을 토대로 한 추상성처럼 미술적인 탐구에 관심이 있는 편이예요.
5. 본 사전연구에 참여하시면서, 향후에 발전시켜 나갈 주제로서 어떤 아이디어, 혹은 단상을 갖고 계신지요? 없 으시다면, 관련하여 관심있는 이슈에 이야기주셔도 좋습니다.
A. 아이디어나 단상은 아직인 것 같아요. 작업의 리써치 단계에서 사막의 기후, 지리적 조건에 맞춰진 건축 공법이나 양식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